손바닥 소설
정영효
이 좁은 바닥에서 날씨는 변한다 하루가 지나간다 이 좁은 바닥
을 개가 서성이지만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고, 이 좁은 바닥 어느
곳에서도 숨길 게 있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좁은 바닥 때
문에 많은 말이 필요하고 변명은 떠돈다 끝까지 알면 갇혀버릴 이
유들이 모여 개연을 이룬다 궁금해할수록 목적은 태어난다 이 좁
은 바닥은 문제로 시작해 결론을 몰고 간다 갖출 건 다 갖추고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미 일어났고 오래 두어도 그대로일 것이다 이
좁은 바닥에서 생긴 일을 다르게 완성할 수 있지만 모두가 벗어나
지 못한다 손바닥만 한 여기를
『시작』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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