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夢, 정채원

옥상과 반지하 사이 방황하는 커서가 있다/정채원

Beyond 정채원 2021. 1. 13. 23:42

옥상과 반지하 사이 방황하는 커서가 있다

 

정채원

 

 

왼쪽이 웃을 때

오른쪽은 방금 따귀를 얻어맞은 얼굴로

 

시퍼러둥둥한 오늘도

어금니가 0.01mm쯤 갈렸겠지

 

이가 나날이 조금씩 짧아진다는

주식시장의 개미처럼

이를 악물고 영끌, 영끌!

 

삶은 어째서 늘 투자한 만큼의 이윤을 불러오지 못하는 걸까

손가락은 애지중지 삼시세끼를 챙기는 동안

두개골은 우주를 떠도는 미아가 되어

 

뜬구름 속 개 울음소리나 잡으러 다니다

코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뒤통수가 녹아내리는 줄도 모르고

 

당신만을 사랑해요!

모니터에서 화살표가 깜빡거리며 손짓하지만

비상착륙 할지도 모른다, 모든 짐 다 버리고

세상의 댓글은 늘 마감 직전이다

 

옥상과 반지하 사이 눈 감고 뛰어내리는 낙숫물

짜릿한 낙차가 있어

오한과 발열을 거듭하며

오늘도 멈추지 않고 굴러간다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