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것을 따라다니다 외 2편/김형영
헛것을 따라다니다*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산다.
내가 꽃인데
꽃을 찾아다니는가 하면,
내가 바람인데
한 발짝도 나를 떠나지 못하고
스스로 울안에 갇혀 산다.
내가 만물과 함께 주인인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한평생도 모자란 듯 기웃거리다가
나를 바로 보지 못하고
나는 나를 떠나 떠돌아다닌다.
내가 나무이고
내가 꽃이고
내가 향기인데
끝내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헛것을 따라다니다
그만 헛것이 되어 떠돌아다닌다.
나 없는 내가 되어 떠돌아다닌다.
*「열왕기 하권」 17장 15절.
나
수술 전날 밤 꿈에
나는 내 무덤에 가서
거기 나붙은 내 명패와 사진을 보고
한생을 한꺼번에 울고 또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흘린 눈물을 담아보니
내 육신 자루에 가득했다.
살아서는 한 방울도 맺히지 않던
그 눈물
그랬구나
그랬구나
이것이 나였구나.
좀더 일찍
죽기 전에 죽었으면 좋았을걸.
따뜻한 봄날(꽃구경/장사익 곡 노래)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웅큼 한웅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은 안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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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15일 오전,
김형영 시인은 우리 곁을 떠나셨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꽃구경 중이실지...
부디 편히 쉬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