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식
사람이 기도를 울게 하는 순서/홍지호
Beyond 정채원
2021. 2. 21. 23:57
씽크홀
홍지호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말에
어차피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중이다
나는 가끔 생각으로 죄를 짓기 때문에
생각이 생각에서 멈춰야 했다
가로수들의 간격이 일정했다
비슷한 크기로 자라고 있었으나
동일한 지점을 같은 시간에 당도한 차량들과
파편이 굴러다녔다
운전자에게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는 말을 하지는 못했다
함께 있을 때 너는 이제 와서 뭘 어떡하니 자주 말했지
도로에 적절하게 늘어선 가로수의 간격을 헤집고 다니면서 우리는
굴러다니는 파편들을 발로 차는 놀이를 했다
간격의 기여를 우리는 몰랐지
우리는 간격을 무시하는 사람들이었으므로
충돌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뿌리는 자라지 못했습니다
굴러다니는 파편들을 걷어차면서
가로수의 간격 속에서 충돌을 가늠하면서
나는 생각으로 죄를 짓는 사람이다
너는 내가 지은 아직까지 가장 큰 죄악이다
파편들은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지
그러므로 파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