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돌/김관용
날아가는 돌
김관용
나는 하나의 돌이 되어 날아갔고 열쇠를 돌리는 수고도 없이 누군가의 방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이 방이었는지 모릅니다만 어디서 본 듯한 아이가 있었지요 화분이 있던 자리였고 구름이 쏟아질 것 같은 자세였습니다 내처 결집結集을 떠올렸습니다 무릎에서 떼어 낸 파스처럼 쓸모없어진 아침, 팔다리가 꽉 끼는 몸을 입었어도 피부를 뚫고 들어온 바람에 뼈들이 세차게 흔들립니다 바람이 돌의 내륙에 자신의 권태를 놓아주는 일은 나뒹구는 이파리 같았고 미끄러지면서도 절벽을 오르는 염소처럼 보였지요 증기로 쪄 낸 시간이 한 권의 패엽貝葉으로 둘둘 말려 있으니 더딘 희망을 새겨 먹칠하거나 이른 좌절을 궁구합니다 그러나 단단한 믿음은 줄곧 인내심과의 거래를 풀지 않았습니다 주말의 일을 요약하자면, 온몸에 퍼지는 독처럼 가지런한 눈썹과 눈꺼풀 위의 짙은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십 분마다 닮은 여자를 마주치는 거리에서 여기는 꿈속이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입과 귀가 사라져 버린 후, 바닥에 늘어진 고양이들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고 그들은 비린 목젖으로 주르륵 흘러 그늘을 채웠습니다 물이 적시고 간 흔적들을 허공에서 찾다가 나는 누군가의 눈에 닿을 것이다 닿으면 이 돌은 깨질 것이다,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저 구름의 생가生家에도 돌의 자성自性이 있는 것일까요 깊던 두 눈의 물결이 뜨거움의 임계를 자주 넘어섭니다 다시 방문이 열렸다 닫힙니다 방문을 열고 아이의 손을 잡았지만 그게 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거기엔 누군가의 발이 있었고 어쩌면 나는 저 돌 때문에 깨진 유리 조각일지도 모르니까요
모처럼 기분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시인수첩》 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