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夢, 정채원
[스크랩] 무와 고등어조림 / 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4. 4. 17. 10:11
무와 고등어조림
정채원
무를 썰었다
껍질을 까고 또 까면 결국
아무 것도 남지 않는
양파도 썰었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고등어조림을 만들었다
고등어조림을 다 먹었다
붉게 물든
뱃속도 무도 고등어도 어느 하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무,
무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거름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무는
보이는 무를 밭에서 키울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고등어도
바다에 나가
보이는 고등어를 잡아올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나를 본다
보이는 나를
먹여 살리는
—《문학사상》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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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원 / 서울 출생. 1996년《문학사상》으로 시 등단. 시집『나의 키로 건너는 강』『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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