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식
황금 가랑잎/최동호 시집
Beyond 정채원
2021. 12. 31. 07:06
나팔꽃
나팔꽃 귀에 꽂으면
멀리서 들려오던 북소리
평생 찾아온
맑은 눈동자
산 너머 언덕 휘돌아오니
옛집 돌우물
찰랑이고 있었네
파도 여인숙
달빛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
여인숙 문간방
파도 소리 문틈으로 엿듣는 귀가 미역줄기처럼 자라
잠 못 드는 나그네
느리게 걷는 고양이
자정 가까운 귀가 시간 동네 네거리 입구에서 차들이
뒤엉켰다.
경적 소리가 아니라 선술집의 불빛이 정적을 비추고
있었다.
잠시 꼬였던 길이 풀려 자동차 핸들을 돌리려는 순간
불룩한 뱃가죽이 처져있는
수척한 고양이 한 마리가 느리게 걷고 있었다.
라이트 불빛 헤치고 가는 화등잔만큼 눈 큰 고양이에
게 눈길을 주며 서 있었다.
시집 《황금 가랑잎》, 서정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