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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들의 수다/설태수 시집

Beyond 정채원 2022. 6. 6. 09:43

 

 

『세잔』에서ㅡ호시탐탐, 파랑

 

 

비바람에 젖은 정류장 의자,

다리 불편한 노인이 앉아 버렸다.

버스 뒷좌석에선 통화 끝에

또 보자는 소리.

낭자한 은행잎들,

밟혀도 노랑을 잃지 않았다.

붕어빵가게 주인은 철시,

호시탐탐 늦가을 비구름,

붙잡을 수 없는 무심에도 그는
파랑색을 칠했을까.
당신과 나 사이는
얼마나 파랗고 파랄까.
잠결에도 지워지지 않을 빛깔.
날리는 잎들 실하게 받들겠지.
메울 수 없는 간극들
풍우상설에도 푸르디푸르겠지.

 

 



따끔, 모기한테 종아리가 물렸다.
잘 안 보이는 점에서 부어오른다.
시작을 알리는 점.
쌀알에 수박에 곡물마다 그것을 받드는
점이 있다. 점 같은 항문에 사람 동물이
얹혀 있다.
지구 태양이 별들의 궤도가 점이다.
까망 초록 파랑 분홍 어떤 펜이든
콕, 점을 찍으면
영원은 바들바들 거릴 것이다.

굵직한 뱀장어 대가리에 송곳 꽂히면

몸 전체가 파르르 파르르 하듯이.

숨 쉬는 것들 노을 뿌리고

비를 적시네.

물린 자리가 아직 얼얼.

이 관성 끝날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안 보이는 것이 다행이기도 하다. 

 

 

설태수 시집 『빛들의 수다』, 예술가시선 29

 

 

 

빛들의 수다 - 교보문고

설태수 시집 | 설태수 시인은 “한 점에서 우주가 탄생했다”(「프라튱기람」)는 설법, ‘티끌 하나가 시방세계一微塵含十方世界’(「양양한」)이며, “삼라만상 어디든 부처님들 꽉 차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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