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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로 수국 꽃 피우기/이상호 시집

Beyond 정채원 2022. 7. 9. 22:48

 

국수로 수국 꽃 피우기

 

 

가끔 자리를 바구어 볼 때가 있다.

네가 이를 악물고 불같이 대들 때

내 자리를 너로 옮겨볼 때가 있지

 

나를 우겨서 너를 얼릴 수도 있고

나를 버려 너를 녹일 수도 있으니

양쪽이 다 나다울지는 모르겠으나

 

수국을 뒤집어 국수로 만들기보다

국수를 뒤집어 수국 꽃을 피울 때

우리는 새 아침을 맞을 수 있으리

 

이런 꿈을 꿀 때가 있지 가끔가다

장미를 꿈꾸는 미장이의 마음으로

고단한 저녁일수록 꿈만 부풀리지

 

그러니 올 아침은 날짜만 다를 뿐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다른 꿈

국수는 국수이고 수국은 수국이다.

 

 

 

이상호 시집 《국수로 수국 꽃 피우기》, 시와함께 시인선 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