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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연인들/이채민 시집

Beyond 정채원 2022. 7. 14. 17:44

 

홀로그램

 

 

 

나를 먹어 주세요

 

비틀거리는 유리잔이 외칩니다

접시와 포크와 빵도 외칩니다

 

그래요, 기다리세요

 

빵이 십자가가 될 때까지

우리는

각자의 이야기를

노을 속에 썰어 넣습니다

 

물끄러미

서로의 비애도 훔칩니다

 

빛들은 서로의 방향을 모른 채 반사될 뿐

 

따뜻한 얼음이 되는 일

불가능하지 않아요

 

비애의 갈피에서

빛의 뿌리를 찾아요

 

겹겹의 우리를 쌓아요

 

 

               

시집 『까마득한 연인들』 2022. 5, 현대시학 기획시인선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