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공포/홍용희
Beyond 정채원
2022. 7. 14. 19:39
공포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댐 공사가 끝나면 강바닥이 드러날 것이라 했다.
그러면 물귀신이 마을로 걸어들어올지 모를 일이었다.
어떤 해는 모래밭에 시신을 셋이나 건져 올렸다.
빙빙 휘감는 물살에 발목이 잡혔다가 가까스로 빠져나온 사람도 있었다.
물길의 깊이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늙은 산 그림자가 늘 잠겨 있었다.
밤이면 검은 소용돌이에서 괴성이 울리곤 했다.
댐공사가 끝나가면서 강물이 말라 갔다. 마을 사람들은 말수가 적어져 갔다.
강 쪽은 쳐다보지도 못했다. 바람 많은 밤에는 일찍 불을 끄고 문을 잠갔다.
엄습하는 안개에 마을 사람들은 자주 놀라곤 했다. 시름시름 앓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물귀신이 어디에서 해할지 아무도 몰랐다. 축축한 나뭇잎들이 비밀의 목록처럼 고개를 떨구었다.
모두 입조심을 할 뿐이었다.
《시작》2022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