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엘리베이터는 음악처럼/이장욱
Beyond 정채원
2014. 6. 11. 15:18
엘리베이터는 음악처럼
이장욱
희고 신선한 냉장고가 올라가는 곳에서
녹슨 냉장고가 스르르 내려가는 곳까지
아가씨와 맥주와 양념치킨과 모자를 눌러 쓴 배달원 그리고
등 뒤에 감춘 것
여기서 우리가 매우 밀접해지는군요.
목덜미에 점이 있구나.
냄새가 이상해.
순환하는 별들과
뜻밖의 기상현상과
송전탑의 끝 그리고 우리는 문득
허공에 정지했다.
이토록 깊은 어둠 속에서 가까워졌는데도 마침내
쿵쾅거리는 위층으로
주차장으로
십 년 후로
연인은 키스를 하며 올라갔기 때문에
노인은 혼자 거울을 보며 내려왔다.
옷매무새를 잘 고치고
흰 머릿결은 한쪽으로
음악도 나온다.
여자의 목소리가 스르르
천상에서 내려오는 올가미처럼.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는
위층 아래층으로 이어진
환한
밤의 손목들과 함께.
『문학청춘』201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