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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했던 모든 당신/이미산 시집
Beyond 정채원
2022. 12. 22. 11:01
흐르는 혀
말의 샤워를 퍼붓는 혀가 있다
통속을 깨트리는 혀의 불친절이 있다
날마다 자라는
조밀한 돌기들
합창하며 말의 등을 훑고 지나갈 때
일억 오천만 킬로미터를 달려오는 햇빛이 있다 팔 분 십팔 초 동안 내리꽂히는 간지러움이 있다
몸속으로 자라는 혀가 있다
태양과 지구 사이를 가로지르는 고백이 있다 아득한 방식으로 오르내리는 예감이 있다
얼마나 먼 곳까지 닿는 혀인지
태초를 초대하고 착란을 도모하는 메아리인지
익명으로 파견된 태양의 애첩인지
햇빛을 동강내며 찡그리는 눈썹인지
놀이공원에 남겨진 아우성처럼
안부와 무관하게 태어나는 소리인지 울퉁불퉁 피어나는 멍꽃인지
혀로 출렁이는 바다
천년만년 캄캄한 혀의 발바닥
혀가 혀를 감아올리며
흘러가는 날들
이미산 시집 《궁금했던 모든 당신》, 시인수첩 시인선 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