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청동 집게/한정원

Beyond 정채원 2023. 7. 1. 02:14

   청동 집게

   한정원


   뒤돌아서서 걸었는데 나는 집에 도착해 있었다.

   나의 외출과 빈 방을 꽉 물고 있는 집게 하나가
   책상 위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아침에 튕겨 나갔다가 퇴근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안착하는 회귀성, 나의 과거까지 지렛대의 힘으로 지탱하는 우주의 집게가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A4용지 백 장을 가두고 있는 청동의 깍지 낀 손가락, 근대와 현대가 맞물려 있고 리쾨르와 하버마스가 밀착되어 있는 틈새로 어제의 바람이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빵집 점원은 그날 크림과 설탕을 가득 뿌린 집게로 부풀어 오른 치즈 치아바타를 묶어 주었다. 반쯤 공기가 통하는 봉지에서 뿌리가 숨을 쉬며 뛰쳐나오려고 집게를 밀어 올리고 있었던 것일까.

   흘러나오던 뉴스와 발표하지 않은 원고가 미결제 보류로 누워 있는 밤, 새벽을 함께 연결하는 기둥과 기둥을 책상 위 집게는 단단하게 묶고 철야를 했다. 바람이 불어도 굴러가지 않는 바퀴.

   일요일 오후 국립박물관에서 나는 과거로 들어갔는데 어느새 집에 와 있었다. 지구에서 밀려날까봐 책상 위 청동 집게는 원격조정으로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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