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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언니/박홍점 시집

Beyond 정채원 2023. 7. 18. 00:03

 

눈사람

 

호랑가시나무가 있던 자리

수국이 피던 자리

삐딱하게 빨간 모자 쓰고

입꼬리가 활짝

 

우체국 갔다 돌아올 때

빙판에 익숙해져 가벼워질 때 만났다

뭉쳐진 여백

 

선물을 받은 기분

작자 미상의 작품

눈사람이 없다고 겨울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별안간 반짝이는 하루

 

어른 곁에 아이 하나 세우려다

이제 학원 가야지, 엄마가 불러 들어갔는지

둥근 눈 뭉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이라 할까

태어나다 만 아이 다정하게 세워 두고

 

 

 

박홍점 시집 《언제나 언니》, 파란시선 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