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안전/정재리

Beyond 정채원 2023. 9. 24. 14:12

   안전

 

 

   밧줄을 느슨하게 묶어 놓아야 배가 서로 부딪치지 않아요 정 선장은

매듭을 여러 번 감아 고정시키며 말한다

   쉬는 날에도 바닥짐을 내려놓지 않는 배가

   가만히 일렁거린다

 

   견디는 무게가 좋은 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숨을 잘 참는 아이와

   웃음을 못 참는 아이들에게

 

   물고기는 다 먹을 수 있다

   가시와 뼈는 다르다

 

   열 길 물속을 알고 들어간 햇빛이

   꿈꾸듯 길을 잃고

 

   물속 생물들 특유의 소란한 소리를 들어보았나요

 

   어떤 소리는 눈으로 볼 수 있어요

 

   산호가 분홍 알을 안개처럼 산란하는 장면을

   귀로 듣는다

 

   안개가 자욱할 때 예쁜 사진이 많이 나와요

   오래된 연푸른 갑판 위에 서서 격자 수평을 맞추는 어깨 위

   차고 넘치는 물결

 

   뱃머리에 문성, 바탕체로 써놓고

   성공으로 가는 문이라 풀이한다

   조타실 문이 열려있다

 

 

《서정시학》 2023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