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야사/홍일표
Beyond 정채원
2014. 9. 8. 21:06
야사
홍일표
밤의 뒤통수에는 아직 잊지 않은 맹세가 매달려 있습니다 봉인된 아침을 뜯어봅니다 낯선 노래들이 흘러나와 혀가 녹고 발가락들이 새로 돋아납니다
난세는 무궁하여 하늘이 더 가팔라집니다
죽은 사내가 부르다 만 노래는 가시나무 끝에 걸려 있고 두 아이와 한 여자가 돌 속에서 웁니다
제 몸을 찢어 해를 꺼내는 이도 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만가를 부르지만 해는 불이 붙지 않습니다 터지기 직전의 조약돌은 이마에 금이 가기 시
작하고 저녁 해는 낡은 신발을 벗어놓고 떠납니다 도처에 민란이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울지 않기 위해 우는 새만 저녁의 가슴을 가득 메웁
니다
적도 동지도 보이지 않는 곳
눈감지 못한 동백꽃이 땅에 불을 지르고 산등성이를 넘습니다
『한국 동서 문학 』 201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