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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전동균 시집

Beyond 정채원 2024. 8. 12. 23:34

 

 

 

 

아침마다 낯선 곳에

 

 전동균

 

 

한밤의 이마에 얹히는 손,

촛불 같고 서리 같은 그 손이 누구 것인지

더 이상 묻지 말자

 

기도하지도 말자, 더 외로워질 뿐이니

 

잊고 잊히는 일은 유정한 일이어서*

나는 날마다

사라지는 별의 꼬리에 매달려 춤추는 꿈을 꾸고

아침마다 낯선 곳에 와 있고

—저를 부르지 마세요, 저는 제 이름을 몰라요

흩어진 알약, 멈춘 시곗바늘이 되고

 

얼어붙은 눈더미, 눈더미 사이로 빨강 모자들이 지나갔습니다 유리구슬 소리 낭랑하였습니다 발자국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 장옥관 시 「일요일이다」의 “버리고 버림받는 일은 유정한 일이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