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식

휴먼 히스토리아/이상옥 시집

Beyond 정채원 2024. 12. 27. 00:30

 

 

빅뱅 혹은

 

 

무한한 밀도와 질량의

한 점으로 뭉쳐

백억 년 전의 대폭발

신이 손가락으로

튕겼을 법한

우주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지구와 태양

조금만 멀거나 가까워도

자전과 공전 각도

속도 또한 달라도

생물체는 심정지,

신의 창조가 아닌

물리법칙에 따라

만들어졌다는

스티븐 호킹의 말도

유영하는

비옥한 초승달 지역

메소포타미아 남부

수메르인들은

문자를 사용하며

점토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고

배수와 관개,

대수로가 뻗은

도시국가를 건설하면서도

사제나 왕은

에이전트였다,

우주를 운행하는 그분의

 

 

 

 

이기적 유전자

 

 

아벨은 양을 치며

떠도는 유목민

영역 다툼도

있을 법했다

야훼는

아벨의 제사는 받고

가인의 제사는

거부했다

분히 여겨

동생을 돌로 쳐 죽인

인류 최초의 살인자,

농사를 지으며

철놋으로

연장을 만들어

정착촌을 건설했다

늑대 젓을 먹고

함께 자란

쌍둥이 형인 로물루스도

동생 레무스를 죽이고

자기 이름을 따서

로마를 창건했다

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아버지를,

어머니가 딸을

살해하는 DNA

양같이 보이는

코끼리 수컷조차

다수의

암컷을 차지하러

친족 살해도 서슴지 않는

카인에게서부터 당신까지

권력과 명예와 부의

바벨탑을 쌓는

모두 모두

번식하는 기계일 뿐*

 

 

*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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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옥의 이번 장시집 《휴먼 히스토리아》는 인류의 집단 원형 지평을 시로써 현실에 드러내고 있다. 정신 영역에서 언제나 깊은 잠을 청하고 있는 역사적 시공간과 시가 '접점'을 이룰 때 이야기는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한다. 시는 현실을 바라보는 극적 언어의 창을 제시하기 때문이다.(시집 해설에서 발췌)

 

                                                                                                                                 김선주 (문학평론가)

 

 

이상옥 장시집 《휴먼 히스토리아》, 시인수첩 시인선 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