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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클라멘 시클라멘/정수경

Beyond 정채원 2015. 11. 30. 11:01


시클라멘 시클라멘

—도시를 필사하다

 

  

정수경

 

 

나는 나를 질투한다

 

저온성 무릎을 접어 직립의 감옥을 무너뜨린다

오렌지색 모자를 쓴 햇빛,

죽은 새들의 비행시간 수첩을 버린다

 

거꾸로 질주하는 핸들의 기적들

꿈의 씨앗을 심는 유리창들

무늬 없는 유리잔과 꽃무늬 물병이 지키는 식탁들

 

말랑말랑한 시간 버티는 콘크리트는

어둠 속 얼굴들이 잃어버린 목록,

 

저녁이면 부딪치고 금이 가는 것들은

뼈마디의 연골이 사라지는 순차적 크기

 

잠을 지운 빈 방들이

상처 난 지느러미 끌고 골목을 떠돈다

 

오래 충혈된 숨구멍들

그림자 부족의 울음을 대신 울고

 

환한 어둠이 흘린 고양이 푸른 눈

이중거울 속으로 사라진다
 
 

시집 『시클라멘 시클라멘』, 현대시 시인선 159(한국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