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시계 밥/서동욱

Beyond 정채원 2016. 4. 26. 22:35

시계 밥


서동욱


 

모이 먹는 시계는
안에 양계장을 차리고 있다
용두龍頭를 돌려 모이를 부수자,
공장의 회전 톱은
야채를 자르고
갈은 벌레를 공급한다

 

꼬끼요가 시계의 상징이 된 건
이 양계 사업 덕분이다

 

시계의 살해가 있었는가?
분명 톱니 틈에 낀 인골의 소리였다

 

사료 분쇄기에 사람을 밀어 넣다니!
팔목을 꼭 붙들고 있는 비밀 도살장
양계업은 철저한 위장이다
연필처럼 깎인 무수한 두개골이
기차를 놓친 표정으로 벙 쪄 있다

 


『현대시학』2015년 1월호

 시집 『곡면의 힘』(2016년 4월),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