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지루한 미트볼/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6. 6. 10. 23:22
지루한 미트볼
정채원
누구세요? 한 입 베어 물던 미트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당신이 사랑하는 미트볼 속에는 고기도 양파도 당근도 들어있지요. 그림자도 태풍도 슬픔도 들어 있지요. 그리고 지난밤 당신이 꿈속에서 만난 그 바보도 들어있답니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던 그 바보 말입니다. 동대문이 어느 쪽이냐 묻던 당신께 대답 대신 하품만 하던 그 바보 말입니다. 그를 지켜보던 당신까지도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말았다는 게 더욱 견딜 수 없던 당신.
그제는 고기맛, 어제는 먼지맛, 또 오늘은 죽음맛인 미트볼, 너는 대체 누구니?
지난밤 꿈속에서 바보가 말했지. 나는 지루해. 하품을 멈출 수 없어. 나만 보면 하품까지 따라하는 사람들, 허공처럼 지루해. 매일 먹는 미트볼도 지루해. 다음 미트볼 요리는 불쾌한 골짜기*에 사는 로봇에게 맡겨야겠어. 때로는 당신 같고 때로는 나 같은 그들, 늘 지루한 그들, 바보 같은 그들, 서로 너무 닮아 가짜가 진짜이고 진짜가 가짜인 그들에게 말이지.
오늘도 나는 미트볼을 한 입 베어 물다가 가장 지루한 미트볼에 주석을 달지. 오, 미트랄랄라!
* uncanny valley
『시와세계』2016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