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夢, 정채원

딥 페이스/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6. 6. 18. 22:39

딥 페이스*

 

 

정채원

 

 

 

검은 심해로 내려가
당신의 세포 한 조각 채취해야 해
잘못 건드려 큰 살점 떨어질라
나는 늘 흐물흐물하게 움직여

 

당신 갈비뼈 아래 가장 깊숙이 숨어있는
그 한 조각을 꼭 집어올려야 해
피 묻지 않은 당신 한 조각을 위해
차라리 내가 피를 흘려야겠어

 

해저 6천 미터 깊은 바다
비바람도 파랑도 닿지 않는 그곳
눈먼 심해어들이 스스로를 밝히는 그곳

 

기쁨과 분노와 슬픔이 섞여 울퉁불퉁한 미소를 피워내기도 하는 심해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당신의 뒷모습을
혼자 있을 때만 피어나는 그 미소를
긁히지 않게 밝히기 위해
내 뭉툭한 손가락은 오늘도 거스러미를 잘라내고

 


*deep face

 

 

『시와세계』2016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