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주사위를 던지다/최서진
Beyond 정채원
2016. 9. 19. 01:07
주사위를 던지다
최서진
북쪽을 던진다
앞이 나오거나 뒤가 나오거나
북극늑대를 만난 적 있다
조용히 움직이는, 그리고 긴 송곳니를 세우고
카시오페이아의 어둠을 파먹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사자나 독수리가 될 수도 있을 텐데
남쪽을 찾지 못해 툭 떨어진다
아무 방향으로나 사진이 찍힌다면
거짓말을 하는 물고기의 입술모양이 될지도 모르지
주사위는 안드로메다와 시리우스의 밤과 카펠라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
우리들은 영하의 들판에서 서성인다
뛰어가도 사람들이 다정해지지 않는다
칼바람이란 걸 압니까
바람이 부러지는 일로 겨울이 선명해지는 동안
소한이 지난다
높이 하늘을 던진다
저마다 행운을 얻으려고, 점점 더 멀리
네 개가 모자란 일곱 개가 모자란
모든 것이 모자란
어지러운 머리 위로 밤하늘이 생길 때
『시산맥』, 2016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