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에세이
유쾌한 이장욱의 시간/신용목
Beyond 정채원
2016. 11. 4. 20:03
유쾌한 이장욱의 시간
신용목
현명함을 기질로 타고난 사람이지만 그는 사실과 논리보다 사실과 논리로 짚을 수 없는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시에, 소설에, 아니면 짧은 이야기들 속에 항상 알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가령, 불에서 꺼낸 젖은 잎사귀나 물에서 건진 마른 성냥 같은 것들. 그의 문장은 늘 말하면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그 지평 너머에 머물게 한다. 말로 환원되지 않는 말의 방식. 나는 모든 문학적인 글쓰기가 '합의되지 않는 객관성'을 추구한다는 애매한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 적절한 예시를 들라면 주저없이 이장욱의 문장을 꺼낸다. 그의 글에 이런 독후감을 단 적도 있다.
"그의 문장 앞에 도착했을 때 어떤 세계도 확고하지 못하고 어떤 신념도 승인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가 세계와 신념의 틈을 최대한 벌려놓는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그 벌어진 틈이 벌려진 대상을 삼키는 역전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그다지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의 감각적인 문장이 순간의 논리로 이어진 징검다리 위에서 한 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인식의 지평을 가로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 시적이다."
[커버스코리/이장욱](『현대시』, 2016년 11월호)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