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에세이

비평, 관계 혹은 타자성의 수사학/오민석

Beyond 정채원 2016. 12. 12. 04:01

 

 

  들뢰즈에 의하면 명령어는 텍스트에 대한 사형선고이다. 명령어는 텍스트의 셀 수 없이 다양한 출구들을 봉쇄한다. 그것은 텍스트의 다양한 샛길들과 의미와 숨구멍들을 막는다. 그것은 야생의 사유에 일방통행로를 건설하는 구획의 언어이다. 반면에 훌륭한 비평은 스스로가 명령어가 되기를 거부하며(애초에 명령어가 아닌) 텍스트와 더불어 명령을 거부하고 규범에 저항한다. 그것은 규범에 수많은 흠집을 내고, 유일성과 동질성을 모토로 하는 모든 사유에 구멍을 낸다는 의미에서 이미 또 하나의 문학이다. 비평은 그리하여 텍스트와 코뮌commune’의 관계에 있다.

 

 

 

 

「비평, 관계 혹은 타자성의 수사학」중에서 발췌.

『시와표현』2016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