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식
고래 2016 - 70년대동인의시(책만드는집, 2016년 11월)
Beyond 정채원
2016. 12. 17. 01:41
그 시간*
김형영
그 시간이 왔다.
물과 빛과 공기
지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떠나는 거다.
욕망의 종살이에서
마침내 해방되었으니
이제 내 뜻대로 사는 거다.
누굴 믿고
무엇을 바라고
너를 사랑하지 않아도 행복한
그 시간이 왔으니
떠나는 거다.
나의 영혼아!
얼굴 맞대고 바라보며
기쁨을 누리자.
누리자.
다시는 죽고 사는 일 없으니.
<시인의 말>
시단에 나온 지 꼭 50년이다.
그동안 나는 내 영혼을 파먹고 산 것 같다.
시 쓰는 일이 영혼을 파먹는 일 아닌가.
50년 파먹었으면 나비까지는 사치스러운 희망이고
잠자리나 파리쯤은 되었어야 하지 않는가.
날개를 달고 허공을 한번 날며 대자유를 누리다 사라져야 하지 않는가.
그 시간이 언제 올까?
오기는 올까?
파먹다가 그대로 말라 죽거나 잡아먹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