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夢, 정채원

제8병동 - 玉花/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7. 6. 23. 16:31

 

제8병동

玉花

 

 

정채원

 

 

그게 무슨 주사요?

몇 cc요?

전직 약사였다는 95세 김옥화 할머니는

주사 맞을 때마다 습관처럼 캐묻는다

 

불운의 성분과 용량에 대한 지식이

통증과 반비례하는 건 아니다

길을 훤히 알면서도

피하지 못한 웅덩이가 있다

밤비는 오래지 않아 그치겠지만

 

어서 가자구요

쭈욱 가자구요

나 좀 풀어줘, 여보세요

나 좀 살려줘요

 

자꾸만 주사바늘을 빼다 두 손이 묶인

옆 병상의 玉花

틀니까지 다 빼버린 쭈글쭈글한 꽃

 

물 한 모금만 줘요

불 좀 켜줘요

창문 좀 열어봐요

진정제를 맞고서도

옆 병상의 환자들을 다 깨우고서도

좀체 멈추지 않는 웅얼거림

부러진 고관절이 아물기도 전에

 

집으로 가자구요

어서 가자구요

 

 

『포엠포엠』201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