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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창천에서 죽다/함태숙

Beyond 정채원 2017. 8. 2. 19:10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함태숙

 

 

  한 시간을 눈보라 속에 있었다 차들은 눈을 감고 전속력으로 지나쳐 가고 세 시간을 나는 더 얼음 속에 있었다

 

  몸을 녹이려 걸었다 겨울 속으로

  죽은 새들이 날아다닌다

  이미 죽은 줄도 모르고 흰 재를 뒤집어쓴 채 하늘의 묘지가 한꺼번에 열렸다

 

  지상에 머물기 위해 나는 발이 점점 얼어붙는가 지난 해 다 써버린 배터리엔 마지막 빛이

  깜빡, 종료를 알린다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리는데

  거리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얼음으로 도포한 별들의 성기 한 번 더 닿고 싶어 바람은 붉은 네온사인을 더듬고 빈병은 울음소리를 내며 언 땅을 구른다 한 시간을 정처 없다

 

  기어이 나는 깨졌다

 

  밤의 스커트를 내리니 파랗게 얼어붙은 새벽 새들이 일제히 부리를 박고 죽어 있는 파편 같은 유리창 밑

  한 번 더 죽으려고 창천에 갔다

 

 

 

                         

시집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현대시 기획선07(2017. 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