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夢, 정채원
해피엔딩/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8. 7. 12. 11:42
해피엔딩
정채원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작가를 죽여버리겠다는 주연배우처럼
이번에도 합격이 안 된다면
신을 죽여버리고 말겠다는 고시생처럼
너는 죽어가고 있어
바로 내일, 혹은
10년 뒤
50년 뒤
나는 죽게 될 거야
사랑이 끝나는 날, 의심과 확신이 뒤섞인
얼룩무늬 질문이 닫히는 날
바다에서 구름에 가려진 섬을 바라보다
문득 상자가 열리는 날
그래도 연극은 계속돼야지
변검쇼도
배달사고도
다중노출도
멈추면 안 돼
모자 대신 구두가 배달되고
비닐우산을 쓰고 휙 돌아보다 얼굴이 날아가고
노출부족 혹은 노출과다로
캄캄한 지문들이 뭉그러져 버리는 동안
주연배우는 스스로 연애가 시들해졌고
작가는 죽었다 살아났다
신은 아직 죽지 못해
일기 대신 극본을 쓰기 시작한 청년의
속편을 쓰고 있다
오늘의 쇼는 해피엔딩
내세는 사전예약 조기매진
지구별은 살았던 적 없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시와표현』2018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