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프라하, 스타일/서안나

Beyond 정채원 2018. 9. 16. 00:30

프라하, 스타일


서안나



잠시 나를 떠날게요, 프라하

프라하 스타일로, 프라하

불타는 성당과 여행용 흰 손을 들고, 프라하


여행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기술

내 눈동자 안의 침묵의 계단을 오르는 것

혼자 밥을 먹으며 바다를 열어보는 것


국경을 넘을 때면

나는 아이스크림처럼 조금씩 녹습니다

이민자의 표정이 됩니다

여행자의 수첩에는 국경의 수칙과

가난한 아이들의 허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프라하, 불탄 성당 주변을 걸었습니다

여행객과 여행객이 부딪쳐 국경이 탄생합니다

오후 4시 30분

성당 종탑을 깨고 불타는 말을 달려 나오는

중세의 녹슨 기사들

불탄 성당이 나를 뚫고 지나갑니다


불에 탄 영혼과

낮은 저녁과 사소한 용기들

검은 눈과 검은 손바닥으로 올리는

프라하의 불타는 젖은 기도

고백은 삐걱거리는 금속성에 가깝습니다


기도란 나의 흰 뼈를 뽑아

나와 당신의 피의 국경을 허무는 일

프라하에서 프라하를 버립니다


엽서를 씁니다

프라하는 이별하기 좋은 성분

구름을 고독으로 번역합니다

모든 것들은 먼지에서 왔으니

나는 무엇인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까맣게 탄 두 발로

가고 싶은 곳까지 가볼 겁니다


여행자는 이국적으로 밤을 발견합니다



『시인시대』2018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