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침묵의 역사/이건우

Beyond 정채원 2018. 9. 20. 22:31

침묵의 역사


이건우



말의 숲을 거닐다

길을 잃는 그루터기가 있다

그것은 필연적이다


말해지기도 전에 베어진, 어쩌면

처음부터 베어진 채 심어진 환부


오래된 환지통을 앓는 말이 있다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선천적이다


아득한 멀미에서 깨어나면

발에는 진흙이 묻어 있다


없는 팔로 목을 조르듯

영영 미쳐버린다는 소문이 있다

원래는 나무였다고 원래는 나무였다고



『포엠포엠』제 14회 신인작품공모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