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경복궁/안차애

Beyond 정채원 2018. 10. 1. 17:30

경복궁

                      

                       심장은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 신명 神明의 집이다
                                                            ―『동의보감』 내경편


안차애



나는 붉은 물이어서 따뜻하고 멀다
나는 검은 불이어서 중심보다 깊다


퍼져있기 위해 모으거나
무겁게 쏟아지려고 자꾸 달아난다


무너진 변방의 사이, 그 샛길까지 닿으려고
나의 거처에는 사방이 문이다


심화心火
내가 가로지를 혈맥은 지도에 없다
내가 닿아야할 거점은 지명이 없다


북두칠성처럼 짚어보는 혈 자리의 배치
기립 근처럼 서 있는 삼태성의 응시


별빛은 흐르는 것이어서
나의 밤에는 눈꺼풀이 없다


다시, 무너진 곳을 말해다오
맨 이마로 그곳을 메우리라
적매화빛 선혈은 사이 돌로 괴리라


나는 변방보다 멀어서 어둡거나 검다
나는 중심이 아니라서 북편보다 아득하다




계간 『시작』 2018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