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좋은 말/최호일

Beyond 정채원 2018. 10. 8. 16:49

   좋은 말


  

   최호일


  

   넌 나빠 네가 말했지


   나는 태어나네 세상의 가장 짧은 시간과 긴 시간의 저녁이 가루비누처럼
몸에 들어와 머뭇거리고 커지네

   두명의 내가 갈라져 다시 여러명이 되었다


   깊은 숲 속에서 사슴이 물을 마시고 뒤돌아보는 장면은 낯설고
산꿩은 날아오른다
   구름 뒤의 구름이 보이고 구름 다음이 사라졌다


   세계를 편드는 가위들


   코스모스는 참 나빠 할 때처럼
   나는 왜 흩어지나
   왜 나는 가늘어지고 꽃이 피나
   코스모스 이후의 말처럼
 
   나쁘다는 말은 참 좋다


  



『시로여는세상』 2012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