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네 번째 서랍

생일/강성은

Beyond 정채원 2018. 10. 21. 09:00

생일



강성은



나는 살아 있다
마치 재난영화의 주인공처럼


내가 아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질 때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내고야 마는


좁고 어두운 산길을 걸으며
악어가 도사리는 늪을 건너며
발끝이 조금씩 희미해져갈 때

내가 주인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고


그림자에도 은빛 쇠사슬이 달려 있어
걸을 때마다 뒤돌아본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지
어디선가 무서운 소리가 들리지


나만 모르는 비밀이 있어
살아 있는 동안엔 알 수 없는


주인공이라서





계간『문학과 사회』 2018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