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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속 소년/정우신
Beyond 정채원
2018. 11. 8. 20:12
비금속 소년
정우신
여름이 소년의 꿈을 꾸는 중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곤 했다 우리는 장작을 쌓으며 여름과 함께 증발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화산은 시력을 다한 신의 빈 눈동자 깜박이면 죽은 그림자가 흘러나와 눈먼 동물들의 밤이 되었다 스스로 녹이 된 소년, 꿈이 아니었으면 싶어 흐늘거리는 뼈를 만지며 줄기였으면 싶어 물의 텅 빈 눈을 들여다보았다 멀리,
숲이 호수로 걸어가고 있다 버드나무가 물의 눈동자를 찌르고 있다 지워진 얼굴 위로 돋아나는 여름, 신은 태양의 가면을 쓰고 용접을 했다 소년이 나의 꿈속으로 들어와 팔을 휘두르면
나는 나무에 가만히 기댄 채 넝쿨과 담장과 벌레를 그렸다 소년은 내가 그린 것에 명암을 넣었다 거대한 어둠이 필요해 우리는 불을 쬐면서 서로의 그림자를 바꿔 입었다 달궈진 돌을 쥐고 순례를 결심하곤 했다
소년은 그림자를 돌에 가둬 놓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나의 무릎에 이어진 소년, 이음새를 교환할 때마다 새소리를 냈다
시집 『비금속 소년』, 파란 시선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