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식
빙하는 왜 푸른가/서대선
Beyond 정채원
2019. 3. 25. 00:38
너의 한 쪽 다리가 되어
서대선
불면과 신경안정제를 삼키며
신생의 말들을 찾아
푸른 돌에 이마를 찧는 사내
낡은 자켓 주머니 속
신경안정제 알마다
삐그덕거리는 불면의 말들
불면으로 갉아 낸
뼛속마다
다리가 세 개뿐인 말발굽 소리
절룩거리며
말들의 사막을 짊어지고
캄캄한 우주 건널 때
칸델라를 든 외눈박이 마음
다리가 세 개뿐인 너의 한 쪽
다리가 되어
은하수를 건넌다
-------------------------------------------------------------------
이 세계가 자아와 일대 일 대응하는 모든 관계들의 총체라면, 나도 세계도 다 불완전한 불구라면, 세계를 내 쪽으로 흘러오게 하고, 내가 또 세계로 흘러가 서로의 빈 곳을 채우는 비경계· 비구분의 커뮤니케이션과 타자 지향, 타자 수용의 자세는 나와 세계를 조화롭게 하여 완전한 우주를 이루는 아날로지(analogy)의 구체적 방법론일 것이다. 서대선 시인은 외롭고 쓸쓸한 타자, 상처 입고 고통스러워하는 타자, 불완전한 타자의 아픔을 발견하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해 타자의 품으로 봄비처럼 흘러든다. (발췌)
- 이병철(시인, 문학평론가)
서대선 시집 『빙하는 왜 푸른가』, 문학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