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夢, 정채원

넝마주이 사랑법/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9. 7. 6. 23:37


넝마주이 사랑법


정채원



시간의 넝마를 주워다

솔기를 꿰매고 속을 채우고


너와 꼭 닮은 인형을 만든다

너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듯


내가 잠들면 너는 깨어나

오래된 서랍을 열고 꽃을 피운다

네가 쓰러져 있는 동안

나는 잠시 맑은 정신으로 창문을 닦고

책상 앞에 앉는다


바람 없는 날에도

네 옆구리에서 모래가 흘러내리고

젖은 한쪽 팔이 물풀처럼 휘적이다

바닥으로 툭 떨어져 내리고


우리의 백년 묵은 천년 묵은 넝마까지 구해 와

네 찢어진 상처에 덧대고 꿰매는 밤

바늘이 지나가는 곳

피가 번지는 곳은 내 가슴이다



『시사사』100호(2019년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