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夢, 정채원

일교차로 만든 집/정채원

Beyond 정채원 2014. 3. 7. 00:41

일교차로 만든 집

 

 

정채원

 

 

꽁꽁 얼려 두었어요
언제 창문을 열 수 있을지
어떤 허기가 찾아올지 모르거든요
달 없는 밤에 홀로 깨어
눈 뜬 채 얼어 있는 고등어와
눈을 맞추는 일
지느러미를 쓰다듬어 보는 건 어떨까요
출렁이는 물결에 자맥질하던 시절
아직도 잊지 못했나요
사랑이 올 때와 떠나갈 때의
지독한 수온 차
그건 얼어붙은 갈치 은비늘 속에도 새겨져 있을 걸요
영하 20도로 얼어 있다가도
고춧가루 벌겋게 뒤집어쓰고 냄비 속에서
펄펄 끓는 건 시간문제이지요
조각난 무를 부둥켜안고 흐물흐물 풀어지는 몸
열탕도 냉탕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거랍니다
포근한 솜이불에 파묻힌 당신
이따금 시리도록 흐느끼는 건
지느러미 찢긴 채 갑판 위에서 냉동고로 끌려가던 그날
그 악몽에 다시금 등이 얼어붙는 중인가요
함께 잠들어도 홀로 눈 뜨는 밤
홀로 냉동고로 끌려가는 밤
지독한 일교차에 이불을 목까지 끌어 덮는
새벽이면 이어지는 마른 기침소리


 

 

 

계간 『시작』201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