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공무도하記
정채원
가는귀먹은 귀에 검은 이어폰을 꽂고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포장마차
오뎅 국물과 소주잔을 건너간다
얼얼한 목구멍으로 언 별을 잔뜩 삼키고
동짓달 그믐밤을 건너간다
은하수를 건너 건너
간신히 다시 밝은 아침
입안에 군별이 가득 들어 있다
밤새 타들어 가던 머리 풀어헤친 여인이
강을 건너간다
주머니에 돌멩이를 가득 채운 채
그대, 나를 건너지 마오
-신작시집 ‘일교차로 만든 집’(천년의 시작)에서
■정채원 시인 약력…
●서울 출생 ●199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나의 키로 건너는 강’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세계일보 2014년 5월 24일자
[詩의 뜨락] 공무도하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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