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 모르가나* 정채원 여름에는 내 피로 너를 만들었고 겨울에는 뼛가루로 너를 만들었다 아니, 여름에는 얼음으로 너를 만들었고 겨울에는 모래로, 모래바람으로 너를 만들었다, 되도록 빨리 지워지는 너를 길 잃은 사막에서 쓰러지기 직전 나타나는 신기루 속의 신기루 달려가 잡으면 가시풀 한 줌으로 흩어지는 너를 알면서도 그런 줄 알기에 더 놓지 못했다 철창에 갇혀 온종일 커피 열매만 먹는 사향고양이는 오늘도 피똥 아니, 커피똥을 싼다 수도 없이 창자벽에 제 머리를 박으며 캄캄한 내장 속에서 발효된 내 편지는 차가운 혀를 사로잡을 만큼 중의적일까 하늘에 뜨는 태양과 바다에 뜨는 태양이 서로 마주보며 너, 가짜지? 얼굴을 붉히는 동안 한 걸음 다가가면 두 걸음 뒤로 물러나다 내장을 거칠 겨를도 없이 해가 지면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