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에 다른 생물이 들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어언 20년이 다 돼간다. 아니, 훨씬 더 아득한 날부터다. 몸 안의 생물이 조종하듯 나는 한밤중에도 물가로 갔고 들판을 헤매었으며 바람 속에서 꽃을 꺾었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기어오르다 날이 밝아오곤 하였다. 몸 안의 그 생물은 내 고독과 불안과 슬픔을 먹고 자랐다. 자라면 또 알을 낳았고 유충은 자 라면서 더 많은 먹이를 필요로 했다. 그를 품고 살며 늘 추웠다 더웠다 한다. 얼었다 녹았다 하며 하루하루 모호 하게 메말라간다. 여러 겹으로 안전하게, 안전하게 부서져 간다. 2014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