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문학청춘 3

정채원의 「Beyond The Scream*」 해설/ 김재홍

Beyond The Scream* 정채원  벽장에 넣어둔 가방이 새벽까지 뒤척거린다 가방 안에는 백 년 묵은 얼굴뭉크 전시회의 입장권카푸치노 두 잔의 영수증 버려도 버려지지 않고 이따금 기지개를 켜는기억의 올이 지금도 풀리고 있는지 휘갑치기, 사슬뜨기더 이상 올이 풀리지 않게 바세린을 발라 둔 단면이 있다자꾸 갈라지고 터져 피 흘리는끝단을 쓰다듬는 밤 절규(Scream) 이후귀를 틀어막아도 하늘 너머 또 어떤 하늘이꿈틀거리며 밀물지고 있는지  한 바늘씩 혹은 두 세 바늘 건너휘갑치기, 사슬뜨기더 이상 올이 풀리지 않게  * Edvard Munch 전시회  ------------------------------------------------------------------------------------..

비평·에세이 2025.04.05

우연과 규칙 사이 외 1편/정채원

우연과 규칙 사이 정채원  표범은 표범이 되었고비단뱀은 비단뱀이 되었다어쩔 수 없이 수박이 너무 익어가던 날 열대야에 정전이 되었고옴짝달싹할 수 없어요48층 펜트하우스에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하염없이 녹아내리고 그러나주차장에 묶인 자전거는헬리콥터가 될 순 없어 우연으로도 규칙으로도될 수 없는 건 될 수 없다네 너무 익어가는 수박을 막을 순 없다네아무도 먹을 수 없게 된다 해도붉어지다 검붉게 터진다 해도 어쩔 수 없다네우연히 사람이 되었고규칙에 따라 사람이 되었지만 나는 네가 될 수 없고네 곁에 갈 수 없다네    Beyond The Scream* 정채원  벽장에 넣어둔 가방이 새벽까지 뒤척거린다 가방 안에는 백 년 묵은 얼굴뭉크 전시회의 입장권카푸치노 두 잔의 영수증 버려도 버려지지 않고 이따금 기지개..

지구인/강영은

지구인      아픔은 정체 모르는 과일이다.   가슴에 총소리가 고이고 이마에 폭탄이 터질 때 썩은 과일처럼 짓무르는 증상이 몸에 속한 건지 마음에 속한 건지 그 맛을 알 수 없다.   고통의 진실은 생각 속에 있는 거라고 생각을 두둔하지만, 생각이모르는 아픔도 있는 것인지 아픔이 몰고 오는 전쟁터를 알지 못했다.   어느 저녁에 나는 숲속에 있었다.   벌 떼가 아카시아꽃에 몰려드는 것처럼 딱, 꼬집어 말할 수 있는 아픔이 있는 건 아니었다.   노을이 지고 떠돌이 별처럼 헤매는 피의 향기가 숲속으로 흘러들었다, 누구의 무덤에서 풍겨 나오는 것일까.   뉴스에서 보았던 시신(屍身)들, 무덤에 닿지 않은 생명들이 썩은 과일처럼 버려지고 있는 것이 생각났다.   생각 속의 느낌이 흐느낌으로 변할 때,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