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허기
김상미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 나게 화사한 그 꽃잎들만 보이지요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고
오로지 그 눈부신 꽃잎들만 보이지요
하늘 아래 벚꽃과 나만 존재하는 듯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눈으로
하염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또 바라보지요
그러다 살짝 봄바람이 불어오면
그리운 화양연화의 빛가루처럼 흩날리는 그 꽃잎 하나하나가
강렬한 화염이 되어 온 가슴을 태우지요
그러면 어때요
매년 봄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그 벚꽃에
마음 아무리 다쳐도 재가 되어도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 서면
그 상처 또한 아득한 봄날, 최초의 꿈만 같아
아무리 덧없고 덧없어도
언제까지나 그 아래 서 있고 싶은걸요
손 쓸 수 없이 아름다운 몽유병자처럼
가이없이 그렇게
《문학청춘》 2022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