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정채원
패자의 목을 잘라
그 두개골로 공을 만들어 경기를 했다
마야인들은 머리를 잘 썼다
어느 쪽으로 공을 보낼 것인가
패스, 패스
통과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텅 빈 그 안에
셀 수 없는 동그라미들이 있어
굴러가는 그 안에
울퉁불퉁 뿌리내린 유령들이 있어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공空
패스, 패스
연인에게 던진다
처자식에게 던진다
전생의 원수
내 목을 잘라 발로 차던
바로 너
잘 만났다
내 공을 받지도 되던지지도 못하는
너는 내안에 갇혀
헛발질만 죽도록 하고 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이 두통
나는 적에게 패스하는 재능이 있다
《사이펀》 2023년 봄호
'자각夢, 정채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체 불가/정채원 (0) | 2023.08.02 |
---|---|
딥페이크deepfake/정채원 (0) | 2023.03.04 |
아무것도 묻지 않는 묵사발/정채원 (0) | 2023.02.23 |
상처의 심도/정채원 (0) | 2023.01.15 |
한순간이다, 한순간이 아니다/정채원 (0) | 2022.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