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자각夢, 정채원

두통/정채원

Beyond 정채원 2023. 3. 4. 11:29

두통

 

정채원

 

 

패자의 목을 잘라

그 두개골로 공을 만들어 경기를 했다

마야인들은 머리를 잘 썼다

어느 쪽으로 공을 보낼 것인가

패스, 패스

통과할 수 없는 고통이 있다

텅 빈 그 안에

셀 수 없는 동그라미들이 있어

굴러가는 그 안에

울퉁불퉁 뿌리내린 유령들이 있어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공

패스, 패스

연인에게 던진다

처자식에게 던진다

전생의 원수

내 목을 잘라 발로 차던

바로 너

잘 만났다

내 공을 받지도 되던지지도 못하는

너는 내안에 갇혀

헛발질만 죽도록 하고 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이 두통

 

나는 적에게 패스하는 재능이 있다

 

 

 

 

《사이펀》 2023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