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제3시집 일교차로 만든집

시인의 말/정채원

Beyond 정채원 2023. 5. 10. 07:09

 

<시인의 말>

 

내 몸속에 다른 생물이 들어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어언 20년이 다 돼간다.

아니, 훨씬 더 아득한 날부터다. 몸 안의 생물이  조종하듯 나는 한밤중에도

물가로 갔고 들판을 헤매었으며 바람 속에서 꽃을 꺾었다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기어오르다 날이 밝아오곤 하였다몸 안의 그 생물은

내 고독과 불안과  슬픔을 먹고 자랐다. 자라면 또 알을  낳았고  유충은 자

라면서 더 많은 먹이를 필요로 했다.

 

그를 품고 살며 늘 추웠다 더웠다 한다. 얼었다 녹았다 하며 하루하루 모호

게 메말라간다. 여러 겹으로 안전하게, 안전하게 부서져 간다.

 

 

 

 

2014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