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가 끝나면 주황물고기

밤의 네 번째 서랍

자장가/김상혁

Beyond 정채원 2023. 8. 18. 10:23
자장가   
    
김상혁
  


네가 잠들면 너에 대하여 나는 하는 일 없네
나의 목소리가 열린 어깨처럼 환해지는데
나라는 밧줄을 너 없는 바닥까지 늘어뜨리네


(우리는 어제 싸우고 오늘 싸웠지
화가 안 풀린 날은 밥상 앞에서 밥알 세는데
끈기 없는 생활이 꿈의 바닥에 쏟아져 있다
부족한 사랑은 꼭 비유되더라,
더 늦은 밤으로 도망치더라)


네가 잠들면 너에 대하여 나는 하는 말 없네
나의 침묵이 열린 가슴처럼 들뜨는 중에
나라는 밧줄을 너 없는 바닥까지 늘어뜨리네


(뭐든 해주는 사람이란 얼마나 좋은지
오라면 오지 여기 먹으라면 먹지
혼자서 야근하고 들어와 식은 아침밥 긁어대는 사랑의 위장아 너는 이런 말도 하지
너 같은 거 죽어버려
처음 우리 만나던 그때처럼!)


네가 잠들면 비로소 널 구해주고 싶네
나라는 썩어버린 밧줄을
너 없는 바닥까지 늘어뜨리네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3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