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은 울창하다
투명한 젤리 속을 밀어나가듯
무겁게 헤쳐가는 소리들의 숲
쉬지 않고 연주하는 전속 악단 거느리고
지금은 슈퍼마켓 가는 길
풀릴 듯, 풀릴 듯, 이어지는
무궁동(無窮動)의 카덴차
텅 빈 시간의 깡통들이 매달려간다
은행까지 전철까지 꿈속에까지
빙빙 감싸 몰고 다니는
제 운명의 비닐막
장엄한 불협화음 속으로
유령처럼 꿈처럼
정오의 거리를 걸어가는
저, 유리 미궁의 여왕
시집 『눈부신 꽝』,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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