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임승유
휴일이 오면 가자고 했다.
휴일은 오고 있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너는 오고 있지 않았다. 네가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는 채로 오고 있는 휴일과 오고
있지 않는 너 사이로
풀이 자랐다. 풀이 자라는 걸 알려면 풀을 안 보면 된다. 다음날엔 바람이 불었다. 풀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모르지 않는 네가
왔다가 갔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지 않았고 더운 날이 계속되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문학동네』 2016년 가을호
(제 62회 현대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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