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황인찬
창밖으로 물이 보인다 아주 넓고 많은 물이다
바닷가에 가족들과 갔던 날, 물새들에 둘러싸인 채 겁에 질려 울음을 떠트렸던 날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느꼈는데,
그건 그냥 느낌이었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갔을 때, 너라는 고통이 죽을 때까지 계속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냥 느낌이었다
밖에 나가 회를 먹고 불꽃놀이를 하다 돌아왔다
잠깐 누웠다가 까무룩 잠들었다
창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옷을 걸치고 바닷바람을 맞았다 멀리서 어선 하나가 말도 안 되는 빛을 내뿜고 있었다
밤의 바다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일까 저렇게까지 아름다운 것은 원래 저렇게 불길한 것일까 생각했는데
어어 저거 불난 거 아냐?
누군가 외쳤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인간으로 가득한 지하철 안이었다
—《시와 세계》2013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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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 1988년 경기도 안양 출생.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출처 : 푸른 시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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